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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김프로RN/김프로RN의 미국 이민과 간호사 생활8

15년차 철새 간호사의 회고 지난 15년의 간호사 여정을 회고하며, 나는 스스로를 ‘Journey Man’ 또는 철새에 비유하게 된다. 이민자로서의 삶,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상황은 나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단순히 외부 요인만은 아니었다. 한 가지를 배우고 나면 또 다른 것을 배우고 싶어지는 내 호기심이 나를 지금의 길로 이끌었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한 가지 분야를 깊이 파며 전문성을 키워간다. 그에 반해 나처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넓이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옳은 길일까? 나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길에는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으니 말이다.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생소한 환경과 낯선 언어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결국 적응.. 2024. 12. 23.
20년이 지난 지금, 내가 느끼는 언어와 문화의 한계 미국에 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렇게 긴 세월이 지났으니, 이제는 20살짜리 미국 사람처럼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상생활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대화나 직장에서 사용하는 대화는 큰 문제 없이 한다. 그 정도면 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깊이 있는 대화다. 내 내면의 이야기를 영어로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영화나 문학, 음악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 더더욱 그렇다. 관련된 단어와 표현을 알지 못하고, 문화적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이야기를 나눌 때 깊이가 없다. 이건 단지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과 경험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문법, 읽기, 쓰기 등을 공부 해서 집을 짓는데 골격은 만들어 놓고.. 2024. 12. 7.
꿀잠과 우리의 심장 우리가 잠드는 순간은 단순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스스로를 회복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입니다. 특히 심장은 잠을 자는 동안 휴식을 통해 낮 동안 쌓인 부담을 덜어냅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수면 부족은 이 자연스러운 과정을 방해하며, 때로는 심각한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일하는 Progressive Care Unit (PCU)에서는 심혈관 질환 환자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심박수가 100을 넘는 심방세동(A-fib RVR) 환자부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입원한 NSTEMI/STEMI 환자까지 다양합니다. 이들 중에는 30~5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입원한 환자들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최근에 심한 .. 2024. 12. 4.
열심히 사는 것보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두 달 전, 갑작스럽게 오른쪽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예상치 못한 지출을 메우기 위해 5~6일씩 강행군으로 일을 하던 때였다. 처음엔 무릎 앞쪽이 뻐근하다 싶더니 곧 안쪽까지 통증이 번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엄지발가락과 발바닥까지 저릿한 증상이 이어졌다. 병원을 찾아 X-ray를 찍어봤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진단은 단순한 무릎 염좌였지만, 통증은 단순하지 않았다. 물리치료와 재활을 시작하며 한 달 넘게 쉬어야 했다. 그렇게 쉬는 동안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나는 왜 이렇게 내 몸을 혹사하며 살아왔을까?열심히 살면 그게 답일까?돌이켜 보니,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지는 내 성격이 문제였던 것 같다. 뭔가 하고 있어야만 마음이 놓였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여.. 2024. 11. 24.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김프로RN의 급여는 다 어디로 갔을까? 미국에서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더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더 많이 벌수록 더 많이 쓰게 되어 재정적으로 더 힘들어 지게 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 관리를 계획적으로 하지 않으면 종종 돈을 많이 버는데도 빚더미에 앉게 되는 실수를 하게 되죠. 저도 역시 그런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가정이 있는 요즘엔 특히 더 우리집 재정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이 글에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어떻게 급여를 분배하여 투자하고 생활하는지 간단하게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우선순위 - 정부, 은퇴 계좌, 각종 보험전문가들, 투자의 전설들이 모두 한 입으로 이야기 했죠 - 소비는 맨 마지막으로 미뤄야 한다. 그래서 저도 따라해 보기로 했어요. 총 급여(Gross Pay)를 100이라고 하죠. 공.. 2024. 11. 20.
학생 비자로 12년 + 취업 비자로 4년 처음에는 그저 어학연수만 하고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미국에 첫 발을 내딛었었다. 무슨 미국 이민에 원대한 꿈을 안고 온 것도 아니고, 어머니께서 미국에 가서 일을 하신다고 하니 영어도 배우고 어머니 적응도 도울 겸 오게 된 것이다. 결국 가족들이 하나 둘 씩 다 따라왔지만, 다들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미국, 그 중에서도 척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텍사스로 온 것이다. 준비가 없기도 했고, 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뇌의 성능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 모든 시행 착오를 다 거쳐 간호사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멍청했던 덕분에! 미국 사람들이 간호사가 되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더불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일했던 튜터링 랩이 학생들 진로 상담하는 사무실과 연결되어 있어 다양.. 2024. 7. 16.
간호사가 꿈이었나요? 간호사가 되는 것은 내 꿈이 아니었다. 사실,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항상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어쩌면 어머니께서 간호사였기 때문에, 그것이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성향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의 나의 첫 전공은 건축공학이었다. 그렇다, 나는 공대생이었다. 대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방문했던 날을 떠올린다. 건축공학부와 간호학과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건축공학부는 높은 경쟁률로 붐볐지만, 간호학과는 지원자가 전혀 없었다. 그 장면은 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그때 간호학과에 지원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내 고등학교 시절 생물 교과 성적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고, 물리를 선택 과.. 2024. 7. 13.
프롤로그 아내와 아이들에게 내가 간호사로 어떤 일들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아니, 기회가 없었다기 보다는 내가 일 얘기를 집에서 별로 안꺼내는 스타일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일 마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생각해 볼 여력이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날 불현듯 글로나마 내 이야기들을 정리 해보고 남기고 싶어졌다. 유튜브 영상도 찍어봤는데 역시 글이 더 편하다. 미국에 온지도 20년이 넘어 이제 21년 째 살고 있다. 어찌저찌 간호사가 되었지만 신분 문제로 간호사 일을 원하는 대로 꾸준히 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여러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간호사로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3개 주 6개의 다른 병원 시스템..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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