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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김프로RN/김프로RN의 미국 이민과 간호사 생활

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가?

by 김프로RN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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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이민자이자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아빠다. 이민 생활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할까?”라는 질문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와이프랑 함께 고민했던 가장 중요한 질문들 중 하나였다.

 

처음엔 솔직히 걱정이 많았다. 아이들이 영어에 뒤처지면 어쩌나, 친구들과 소통이 어려우면 어쩌나, 불필요한 혼란만 주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 오래전 이민 오신 수많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그때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쳤어야 했어...”

“지금은 자식이랑 깊은 대화를 못 해. 너무 외롭고 슬퍼...”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한인 2세들이 부모와 말이 통하지 않아 멀어지는 일,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일, 그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언어는 문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밥 먹었어?”
이 짧은 한마디 안에는 한국인의 따뜻한 정서가 녹아 있다.


“할머니께 인사드려야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표현들은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세대를 관통하는 한국적 가치와 예절, 존중의 표현이다.

 

아무리 내가 영어로 그 의미를 번역해 설명한다 해도 영미 문화권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감성과는 다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며, 동시에 한국인의 마음을 익히길 바랐다.


뿌리 없는 나무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언젠가 커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게 된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를 쓰며 자란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뿌리를 알지 못한다면, 그들은 혼란스러움을 견뎌내기 힘들지 않을까?


한국을 “내 나라”라고 하기엔 너무 낯설고, 미국 사회에서는 늘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 부모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단단한 선물이 바로 바로 이중언어 자녀 교육이고,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자긍심과 정체성의 뿌리라고 믿는다.


지금은 조금 느릴 수 있다, 하지만 멀리 간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에는 영어가 어눌하고 학교에서 친구들보다 늦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매 학기마다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할 때면 아이들이 잘 따라가고 있는지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묻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두 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두 가지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그 속에 자기의 정체성과 세계를 보는 넓은 눈이 함께 자란다면 그건 결코 손해가 아닐 것이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당장의 불안함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치는 실수, 나는 우리 아이들에겐 그런 선택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집에서 한국어로 말을 건넨다

"밥 먹었어?"
"오늘 학교 어땠어?"
"할머니께 전화드릴까?"
"우리 같이 청소할까?"

 

작은 대화 하나하나에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삶과 따뜻한 정서를 물려주고 있다. 설날에는 함께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하며 한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이야기하고, 한글날에는 자음과 모음의 과학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나눈다.

 

그 순간들이 모여 아이들은 자신이 한국인이자 미국인인 것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뿌리에 자부심을 가진 채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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