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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김프로RN/김프로RN의 미국 이민과 간호사 생활

임상에서 관리직으로: Home Dialysis Program Supervisor 도전을 결심하기까지

by 김프로RN 2026.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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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어느덧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15년 넘게 간호사로 일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4개월은 유독 제게 많은 질문을 던진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곳은 지난 병원에 이어 똑같은 Progressive Care Unit (PCU)이었습니다. 입사 전부터 이곳이 바쁜 병원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전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제가 근무한 병원은 전국에서도 바쁘기로 손에 꼽히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그 영향이 병동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들, 중환자실(ICU)로 급박하게 올라가는 환자들, 그리고 일반 병동으로 내려가는 이들의 빠른 순환 속에서 정신을 차리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주로 4명의 환자를 담당하는데, 환자 상태가 급변하는 PCU의 특성상 그 수치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소위 말하는 '늙은 신입'으로서 시스템에 적응하랴, 숨 가쁘게 돌아가는 병동의 속도를 맞추랴, 12시간 시프트는 눈깜짝 하면 지나가고 퇴근길이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힘들어 하던 3개월 차,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한 통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Home Peritoneal Dialysis Program Supervisor 자리에 지원해 보지 않겠냐는 리쿠르터의 제안이었습니다. 사실 12시간 교대 근무가 체력적으로 조금씩 버거워지던 차였기에, 처음엔 '밑져야 본전'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제 마음은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간호사로 일하며 많은 가치를 두었던 ‘환자 교육’과 ‘관리'가 주 업무인 간호사들을 감독하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양한 연구와 협업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은 제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그려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저의 마음을 움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이 회사의 역사성이었습니다. 이번에 도전하게 된 곳은 전 세계 최초로 신장 투석을 시작했던 곳입니다. 간호사로서 투석 역사의 시초가 된 기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단순한 이직 이상의 의미, 즉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도전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직을 확정 짓고 나서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던 건 동료들 때문입니다. 짧은 4개월이었지만, 나이 많은 신입을 편견 없이 받아주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 애썼던 친절한 동료들. 그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해 매니저 외에는 차마 퇴직에 대한 입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미국에 건너와 매우 다양한 직종과 업무 환경을 경험했습니다. 누군가는 한 우물만 파는 '장인'이 되는 것이 정답이라 말하지만, 다양한 경험의 조각들을 모아 더 큰 목표를 향한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제 마음에 열정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PCU에서의 치열했던 4개월 역시 제 간호 경력에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제 저는 익숙한 병동의 복도를 떠나, 더 넓은 관리와 교육의 현장으로 나아갑니다. 'Home Program Nurse Supervisor'로서 펼쳐갈 새로운 여정도 이곳 K-RN.org를 통해 꾸준히 공유하겠습니다. 늘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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