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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호사/법률과 문화

환자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신뢰의 시작

by 김프로, RN 2024.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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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에서의 하루는 늘 환자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수인계 시간, 동료 간호사가 건네는 환자에 대한 첫 인상이 나의 마음을 좌우할 때가 많다.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환자예요," "약물을 요구하려고 온 것 같아요." 이런 말들이 한두 마디 오고 가면,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는 환자가 "반항적인 문제아" 혹은 "마약 중독자" 같은 이미지로 각인된다. 그런 선입견을 안고 환자 방에 들어가면 어떨까?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환자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를테면, 소개팅 전 카톡 대화와 사진을 보고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하거나, 반대로 큰 기대 없이 만났다가 호감을 느끼게 되는 그런 경험과도 비슷할까? 물론, 간호사와 환자의 관계를 소개팅처럼 단순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간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깨달은 점이 있다.

 

환자와 마주 앉아 진심으로 대화를 나눌 때, 그리고 "이 간호사는 나를 도와주려 한다"는 신뢰를 환자가 느낄 때, 그들의 마음은 점차 열리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불편함이나 걱정을 묻고, 환자가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질문하며 돌봄이 그들의 필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느끼게 할 때,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 문제에 더 집중하며 치료에 협조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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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이 통하면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게 된다. 환자의 마음을 먼저 읽고 공감하려는 태도는 진심으로 다가가는 돌봄의 시작이다. 반대로, 환자를 일방적으로 대하거나 강요한다면 신뢰의 다리는 쉽게 무너진다.

 

때로는 의사가 환자 방에 들어와 차갑게 "이건 당신 건강에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하세요. 그럼 이만" 이렇게 말하고 떠나는 모습을 본다. 혹은 간호사가 "처방이 이렇게 나왔으니 무조건 따르세요. 안 그러면 큰일 납니다."라며 환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바쁜 업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의료진은 환자와 가족에게 친절하고 성실하게 설명하며, 질문에도 세심히 답한다. 결국, 조화롭게 소통하되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환자와 간호사 간의 신뢰도 이런 태도로부터 시작된다. 환자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가 보았을 때, 오히려 환자 쪽에서 "지난 간호사가 이러이러해서 불편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진실은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알 수 있다. '이상한 환자'라는 낙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이유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간호는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나는 오늘도 환자 방으로 들어가며 선입견을 내려놓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로 다짐한다. 내 진심이 닿을 때, 환자의 진심도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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